제 22회 수상작 발견의 기쁨

글 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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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처럼

함석과 판자를 다닥다닥 기운

낡은 창고 벽으로 그 씨앗은 날려 왔을 것이다

거기서 더 이상 떠나가지 못하고

창고 벽에 부딪쳐 

그 억새와 바랭이와

엉겅퀴는 대충 그곳에 마음 정하고 싹을 틔웠을 것이다

사람도 정처 없이

이렇게 이룬 터전 많았으리라

다른 곳은 풀이 없는데

창고 틈새에만 유난히 더부룩 돋았다

말이란 놈들이 그늘 찾아

창고 옆으로 왔다가 그 풀을 보고

맛있게 뜯어먹고 갔다

새 풀을 발견한 기쁨 참지 못하고

연신 발굽을 차며

히히힝 소리 질러댔다

제 22회 당선자 이동순 사진

당선후기

이동순 시인은 "정지용 시인의 큰 이름으로 제정된 상을 받게 돼 큰 영광"이라며 "평생의 명예로 생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견의 기쁨은 이동순 시인이 몽골을 다녀와 쓴 기행시로 지난해 12월 같은 제목의 시집이 발간됐다. 이 시인은 10여 차례 몽골을 다녀왔으며 1천km 이상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몽골의 대자연에서 느낀 바를 시집에 담았다. 

이 시인은 "단순히 외국을 다녀와서 쓴 기행시는 아니다.
 몽골은 한국인의 뿌리이다. 그 광활한 대자연과 그곳에 어울려 소박하게 살아가는 몽고인들을 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몽고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고 그 느낌을 시로 담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