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회 수상작 옥상의 가을

글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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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올라가 메밀 베갯속을 널었다

나의 잠들이 좋아라 하고

햇빛 속으로 달아난다

우리나라 붉은 메밀대궁에는

흙의 피가 들어 있다

피는 따뜻하다

여기서는 가을이 더 잘 보이고

나는 늘 높은 데가 좋다

세상의 모든 옥상은

아이들처럼 거미처럼 몰래

혼자서 놀기 좋은 곳이다

이런 걸 누가 알기나 하는지

어머니 같았으면 벌써

달밤에 깨를 터는 가을이다

제 24회 당선자 이상국 사진

당선후기

막대한 유산을 받으며

정지용 시인이 옥천에서 태어나던 해에 내 선친은 양양에서 태어났다.
 한 사람은 시인으로 다른 한 사람은 촌부로 살았다. 이런 쓸데없는 우연 하나만으로도 그가 살았던 당대의 역사적 불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상당히 육친적인 데가 있다. 하물며 광복이후 시인으로서 그가 감당했던 천형 같은 족쇄와 문학사의 지하에 매몰 되었던 별같은 시인들과 함께 그의 이름은 나에게 외경에 가까운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물처럼 민족문학의 대지에 스며들었고 내 손바닥만 한 시의 땅도 전적으로 거기에 속해 있는 것이다.

무작정 상을 받아들었다.

그러나 굳이 그의 노래 한 구절에 빗대어 말한다면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내게 그의 이름으로 된 상이 주어지는 것은 마치 어느 날 부재하는 선친의 막대한 유산을 받는 것처럼 두근거리고 한없이 기쁜 일이다.

무엇보다도 향토가 낳은 시인을 기리고 문화예술을 존중하는 옥천군과 지용회, 그리고 계간 『시와시학』과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

2012. 5  이 상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