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회 수상작 그손

글 김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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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커다란 손 같았다

밑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손

쓰러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감싸주는 따뜻한 손

바람처럼 스쳐가는

보이지 않는 손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물과 같은 손

시간의 물결 위로 떠내려가는

꽃잎처럼 가녀린 손

아픈 마음 쓰다듬어주는

부드러운 손

팔을 뻗쳐도 닿을락 말락

커다란 오동잎처럼 보이던

그 손

제 30회 당선자 신달자 사진

김광규 1941년 1월 7일 - 현재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서 엄격한 유교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6·25전쟁 때 피난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와 서울중학교와 서울고등학교를 다녔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작문 교사로 재직중이던 시인 조병화와 소설가 김광식에게 배웠다.

1960년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진학하여 이청준, 김주연, 염무웅, 박태순, 정규웅, 홍기창, 김현, 김치수, 김승옥 등 문학 분야 인재들과 사귀었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의 뮌헨대학교로 유학했으며, 1983년 서울대학교에서 〈귄터 아이히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4~80년 부산대학교에서 전임강사 및 조교수를 지냈으며, 1980년부터 한양대학교 독어독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5년 〈문학과 지성〉 여름호에 〈유무〉·〈영산〉·〈부산〉·〈시론〉 등 4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을 출간하여 1981년 제1회 녹원문학상을 수상했다. 1981년 시선집 〈반달곰에게〉로 제5회 오늘의 작가상, 1984년 〈아니다 그렇지 않다〉로 제4회 김수영문학상, 1994년 시집 〈아니리〉로 제4회 편운문학상, 2003년 시집 〈처음 만나던 때〉로 제11회 대산문학상, 2007년 시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으로 제19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했고, 2018년 5월 시 「그 손」으로 제30회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밖에 시집 〈크낙산의 마음〉(1986), 〈좀팽이처럼〉(1988), 〈물길〉(1994),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1998)과 시선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1988), 산문집 〈육성과 가성〉(1996) 등이 있다. 독일문학 작품의 번역서로는 브레히트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귄터 아이히 시집 〈햇빛 속에서〉, 하이네 시집 〈로렐라이〉 등이 있으며, 1999년 독역시집 〈Die Tiefe der Muschel〉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