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회 수상작 저녁이 올 때

글 문태준

현재 레이어 창 닫기

내가 들어서는 여기는

옛 석굴의 내부 같아요


나는 희미해져요

나는 사라져요


나는 풀벌레 무리 속에

나는 모래알, 잎새

나는 이제 구름, 애가(哀歌), 빗방울


산 그림자가 물가의 물처럼 움직여요


나무의 한 가지 한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어요

새들은 나뭇가지를 서로 바꿔 가며 날아 앉아요


새들이 날아가도록 허공은 왼쪽을 크게 비워 놓았어요


모두가

흐르는 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서쪽 하늘로 가는 돛배처럼

제 31회 당선자 문태준 사진

주요 경력 및 창작활동

1970년 김천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문과와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 나요』등이 있다.

시 해설집으로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우리 가슴에 꽃핀 세계의 명시 1』, 『가만히 사랑을 바라보다』등이 있다.

산문집으로 『느림보 마음』이 있다.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