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회 수상작 혼자의 넓이

글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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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제 32회 당선자 이문재 사진

주요 경력 및 창작활동

1959년 9월 22일,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현 인천시 서구)에서 태어났다.

1966년 검단초등학교 입학. 수줍음을 많이 타던 소년이었다. 글쓰기보다 그리기, 만들기를 좋아했다.

1975년 인천고등학교 입학. 집에서 고등학교까지 하루 등하교 시간이 평균 5시간이었다. 영화와 만화에 심취했다. 수업시간에 이소룡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포스터를 그리곤 했다. 아카시아가 필 무렵이면 중간에서 버스를 내려 집까지 혼자 걸어가곤 했다. 걷기에 대한 깊은 친화력이 이때 각인되었을 것이다.

1978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입학. 원래는 영문과에 가고 싶었는데 예비고사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국문과에 들어갔더니 ‘도둑같이 생긴’ 문청들이 우글우글했다. 시를 발표하기가 두려웠다. 선배들의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시에 대해 아는 게 없었고, 시를 써 본 적도 없었다.


1985년 경희대 국문과 졸업. 그 전 해 10월, 학원사에 입사해 잡지사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섭외 능력이 부족하고 취재력도 형편없었지만 제법 흥미로운 직업이었다.

1988년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민음사) 발간.


1995년 김달진문학상 수상.


2002년 소월시문학상 수상. 대학원 입학.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출강.

2003년 첫 산문집<내가 만난 시와 시인<(문학동네) 출간.

2007년 경희사이버대, 경희대 출강. 노작문학상 수상.

2008년 소월과 백석 시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비교 분석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 취득.


2015년 박재삼문학상 수상.

2021년 정지용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