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회 수상작 눈내리는 대숲 가에서

글 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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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들이 휘인다

휘이면서 소리한다

연사흘 밤낮 내리는

흰 눈사발 속에서

우듬지들은

흰 눈을 털면서 소리하지만

아무도 알아듣는 이가 없다

어떤 대들은 맑은 가락을

地上에 그려내지만

아무도 알아듣는 이가 없다

눈뭉치들은 힘겹게 

우듬지를 흘러내리는

대숲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삼베 옷 검은 두건을 들친

백제 젊은 修士(수사)들이

지나고

풋풋한 망아지떼

울음들이 찍혀 있다

연사흘 밤낮 내리는 

흰 눈발 속에서

대숲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한밤중 암수 무당들이 

대가지를 흔드는 

붉은 쾌자자락들이 보이고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넘는

미친 불개들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제 11회 당선자 송수권 사진

당선후기

올해로 열 한 번째를 맞는 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송수권(59) 시인이 선정되었다.

정지용 시인의 문학정신을 잇고 있는 시인을 발굴해 매년 시상하고 있는 지용문학상은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하고 계간 "시와 시학"이 주관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송수권 시인은 전남 고흥 출생으로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지난 75년 "문학사상"에 등단했다. 

송씨는 그동안 "꿈꾸는 섬" 등 9권의 시집을 통해 향토적 자연을 소재로 질박한 전라도 사투리를 활용, 한국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