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수상작 백학봉(白鶴峰).1

글 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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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는
백학봉(白鶴峰) 

슬프고
두렵구나

가까이서 보면 영락없는
한 마리 흰 학

봉우리 아래 치솟은
저 팔층 사리탑

고통과
고통의 결정체인
저 검은 돌탑이
왜 이토록 아리따운가
왜 이토록 소롯소롯한가

투쟁으로 병들고
병으로 여윈 지선(知詵)스님 얼굴이
오늘
웬일로
이리 아담한가
이리 소담한가

산문 밖 개울가에서
합장하고 헤어질 때
검은 물위에 언뜻 비친
흰 장삼 한자락이 펄럭

아 이제야 알겠구나
흰 빛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

제 14회 당선자 김지하 사진

당선후기

김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정지용 선생 탄신 100주년을 기해 나에게 지용상을 주겠다고 한다. 기쁘다기보다 두렵다"며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접한 이래 40여년을 내내 아직까지도 두려운 분이 바로 지용선생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용의 시 백록담과 구성동을 관통하며 흐르는 `흰 그늘"을 통해 지용시를 내나름으로 다시금 읽고 새롭게 해석하리라는 약속을 한다"고 덧붙였다.  수상자 김지하는 `41년 전남 목포생으로 "66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80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후 "84년 사면복권돼 "99년 율려학회를 창립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주요 시집으로는 `타는 목마름으로", `검은 산 하얀 밤", `오적", `중심의 괴로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