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수상작 돌아가는 길

글 문정희

현재 레이어 창 닫기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제 16회 당선자 문정희 사진

당선후기

전남 보성이 고향인 문정희 시인은 1966년 미당 서정주 시인의 주선으로 동국대 국문과에 특기 입학했고, 재학 시에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는 등 일찌감치 문학적인 재능을 보였다.

제21회 현대 문학상(1976년)과 제11회 소월시문학상(96년)과 네티즌이 선정한 제1회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 시인은  “지용은 거대한 문학의 산맥”이라며 “저의 문학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스승”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언어의 불구가 오히려 시의 청빈의 덕을 높인다’는 지용의 말을 항상 되뇌이고 있다”며 “지용의 이름이 붙여진 상이라 어느 상보다 더 큰 영광으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