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수상작 세한도

글 유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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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시리다

넋도 벗어나지 못하는 

고도의 위리안치 

찾는 사람 없으니

고여있고 

흐르지 않는

절대 고독의 시간

원수 같은 사람이 그립다

누굴 미워라도 해야 살겠다

무얼 찾아 냈는지

까마귀 한쌍이 진종일 울어

금부도사 행차가 당도할지 모르겠다

삶은 어차피 

한바탕 꿈이라고 치부해도

귓가에 스치는 금관조복의 쓸림 소리

아내의 보드라운 살결 내음새

아이들의 자지러진 울음소리가 

끝내 잊히지 않는 지독한 형벌

무슨 겨울이 눈도 없는가

내일 없는 적소에 

무릎 꿇고 앉으니

아직도 버리지 못했구나

질긴 목숨의 끈

소나무는 추위에 더욱 푸르니

붓을 들어 허망한 꿈을 그린다

제 17회 당선자 유자효 사진

당선후기

심사위원 김재홍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에서 “유자효의 시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를 오브제로 하여 삶의 외로움과 예술의 의미를 집약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 된다”며 “시인은 이 시에서 유배생활의 절망적 상황과 그로 인한 깊이 모를 고독과 슬픔, 적막과 허망감의 표출을 잘 표현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