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회 수상작 어머니 범종 소리

글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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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새벽마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에 셋방살이하던 아주머니가 외아들 공부시키려 콩나물
키우던 물방울 소리가 얇은 벽 너머에서 기도처럼 들려왔다.


새벽마다 어린 우리들 잠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연탄불 가는
소리도 들렸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단잠을 자게 지켜 주시던,
일어나기 싫어 모르는 척하고 듣고 있던 어머니의 소리였다.


콩나물 장수 홀어머니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 가시고 콩나물 물 내리는 새벽 소리가 지나가면
불덩어리에서 연탄재 떼어내던 그 정성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잠 자주 깨는 요즈음 그 나지막한 소리들이 옛 기억에서
살아나와, 산사의 새벽 범종 소리가 미약한 생명들을 보살피듯,
스산한 가슴속에 들어와 맴돌며 조용히 마음을 쓸어주고 간다.

제 34회 당선자 최동호 사진

주요 경력 및 창작활동

1948년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출생하여 남창동에서 남창초등학교와 수원중학교를 다녔으며 목포 유달중학교로 전학


1966년 3월~1970년 2월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입학 졸업, 1981년 8월 동대학원 문학박사, 1992년 12월 미국 IOWA 대학 명예교수.


1976년 고려대학교 문과대 강사.

1981년 경희대 문리대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 부교수

1988년 고려대 문과대 국문과 부교수᠂, 교수 .

2004년 한국시학회 회장.

2006년 한국문학평론가협회회장.

2006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장.

2011년 스웨덴 노벨상시상식 한국문인 최초공식 초청참가.

2013년 ~ 현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겸 경남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