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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나무집 딸
최진희
도심의 어느 집에서 청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건,
결코 흔한 일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교복을 벗고 여수를 떠나던 해부터였을까?
어느 순간 청포도나무는 푸르름을 잃어가더니,
결국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후로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 청포도나무를 보고 있다는 듯,
이 집 청포도 한 알 먹어보지 못한 이들도
나를 청포도나무집 딸이라 불렀다.
청포도나무집을 떠나온 지 25년,
5살 베기 또 다른 나는 화단에 열심히 물을 주면서
동백나무를 예쁘게 키워가고 있다.
어느새 동백나무에는 예쁜 꽃이 피고,
나를 불러달라 외치듯 뚝. 뚝. 화단 가득 빠알간 눈물 호소 하건만……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 집을 동백나무집이라 부르지 않고,
5살 꼬마를 동백나무집 외손주라 부르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니 청포도나무집 딸도 더 이상 부르는 이 없다.
우리는 더 이상 누군가를 세심한 눈빛으로 불러주지 않는다.